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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늘과 땅 사이에

 

사랑은 아지랑이 같은 것

 

시련과 좌절은

 

꿈인 양 침묵만이 흐른다

 

간밤에 그대는

내 곁에서 순간에 사라지고

 

그리움은 정녕

끝이 없는 애증의 연속인가

 

정처 없이 헤매며 칼날에 목숨을 건다

 

사랑과 미움은 모두 부질없는 것

 

정처 없이 헤매며 칼날을 쫓아간다

사랑과 미움은 모두 부질없어라

 

제 9 화

 

16년 전, 한문은 우리 재산을 훔치려고

 

수하들을 이끌고 와 아버지를 죽였어요

 

돈 때문에 형제를 배신한 거죠

 

그는 몰랐겠지만 난 모든 걸 지켜봤어요

 

그 후 아버지 장례를 치뤄주며
날 의녀로 삼았는데

 

오갈 데 없는 난 웃는 척 따르며
복수하리라 결심했어요

 

어릴 때도 약았었군

 

그럼 어떡해요?

 

살아 남으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..

 

그 후 난 크면서 순종하는 척 했지만

 

한문은 내 가슴에 뿌리박힌
원한을 눈치채고

 

엽고홍과 짜고 날 죽이려 했어요

 

누구냐?

 

이거 놔!

 

유령산장에 간 후 죽을 걸 알았지만

 

반드시 복수해야 했기 때문에
살아야한다고 다짐했죠

 

하지만 힘으론 엽고홍을 대적할 수 없었기에

 

생존을 위해 할 수 없이
미인계로 그를 유혹했어요

 

내 말에 순종하게 하려고..

 

난 그렇게 치욕을 당하면서
내 몸과 생명을 바꿨어요

 

살기 위한 대가였죠

 

한문은 내 입을 막아 죄를 덮으려 했고

 

그걸 도운 장본인은 엽고홍이었죠

 

난 그들을 죽이기로 결심했어요

 

엽고홍은 멍청하게도

 

유령산장을 지은 목적을 다 말해줬어요

 

남자란 갖고 놀기 쉬운 상대더군요

 

진광검 때문에 유령산장을 지었나요?

 

그래, 전설의 진광검만 손에 넣으면

 

서문취설도 이기고 백운성도 재건할 수 있어

 

서문취설을 이긴다고 재건 되겠어요?

 

조정의 힘이 있어야죠

 

조정?

 

어떻게?

 

한문을 죽이고 그의 재산으로 일을 꾸며봐요

 

무림맹주 따위에 만족하진 않겠죠?

 

좋아, 한문을 죽여주지
하지만 기다려

 

왜요?

 

한문은 널 납치하게 한 후..

 

이목을 의식해 육소봉을 보냈으니

 

그를 이용해 진광검을 찾아야겠어

 

허나 꾀가 많은 놈이라 걱정이야

 

유령산장에만 들어오면 꼬실 방법이 있어요

 

이제 알겠죠?

 

한문은 원수이니 죽여도 그만이지만

 

황위는 왜 탐내지?

 

아버지를 죽이라고 시킨 사람이 황제니까요

 

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손님이 왔어요

 

그는 우리 일문을 눈엣가시처럼 여겼죠

 

먼저 죄를 지었으니 용서할 수 없어요

 

그래서 음모를 꾸민건가?

 

아버지를 죽이고 이 나라를 뺏어갔으니

 

찾아야 할 걸 찾을 뿐예요

 

그게 옳다고 생각해?

 

복수 해야죠

 

선조의 원한을 갚는 게 잘못인가요?

 

엽고홍은 이용도구일 뿐예요
난 당신을 사랑해요

 

네가 사랑하는 건
엽고홍도 나도 아냐, 권력이지

아녜요, 날 도와준다면
황위는 당신 차지예요

 

권력다툼엔 관심 없으니
욕심 있는 사람이 가지라 그래

 

아직도 내 맘 몰라요?

 

계속 속여놓고 믿으라고?

 

맘대로 안 될테니 두고 봐

 

기다렸다, 서문취설

 

진정한 천외비선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마

 

들었지? 신선의 무공인가봐

 

외계에서 왔잖아

 

원숭이 너도 그 무술의 내막을 알고 있겠지?

 

조심해, 서문취설도 안 겁내면
그건 대단한 무공이야

 

그런가?

 

백운성의 명성을 되찾을 모양인데
무섭지 않아?

 

무서워..

 

서문취설은?

 

그가 정말 올거라고 믿었다면 착각이지

 

날 놀리다니.. 죽고 싶냐?

 

조심해라, 내겐 진광검이 있다

 

진광검이래

 

-정말요? 살려주세요
-나도 무서워

 

-웃기지마!
-겁났으면 안 왔어

 

봐.. 화났어

 

어쩌지?

 

이제 겁나냐?

 

너희같은 놈들은 진광검이 없어도
상대가 못된다

 

-서문취설을 불러와
-한령이 위험해

왜 그래?

 

육소봉이 궁으로 찾아갔어

 

대단하군

 

역시 진광검이야

 

소설, 왜 육소봉이 궁에 갔다고 했지?

 

그런 거짓말을 안 하면 살려뒀겠어요?

 

너 때문에 위험하게 됐어
몰래 보냈는데 어떻게..

 

-그럼 육대형이..
-그래, 정말 궁에 갔어

 

-가봐야겠어요
-소설!

 

제사 준비나 하자

 

황제를 풀어 줘

 

되돌리기엔 너무 늦었어요

 

아냐, 풀어만 주면 용서해달라고 사정할게

 

그런다고 살려줘요?

 

엎지러진 물이니 주워 담을 순 없어요

 

길은 하나 뿐예요

 

진작 당신을 만났다면 시작 안 했을텐데..

 

잘못된 만남이지만
당신을 알게 되어 행복했어요

 

내 발에 신을 신겨줄 때부터
당신은 내 유일한 남자예요

 

그런 말 하지 마

 

육대형

 

뉘우친다면 예전처럼 사랑해 줄래요?

 

널 진심으로 사랑했지만
지금은 아무 감정도 남지 않았어

 

아녜요,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

 

육소봉!

 

안 돼!

 

소설..

 

많이 괴로워?

 

여기서 좀 쉬자

 

괜찮아?

 

괜찮아

 

위험한 줄 알면서 대신 맞으면 어떡해?

 

난.. 멀쩡해

 

위력이 대단한데 어떻게..

 

아저씨가 주신 옷을 껴입었거든

 

소설, 구해줘서 정말..

 

됐다, 치료부터 하자

 

유령산장 동굴로 데려가 줘
방법이 있을 거야

 

그래, 어서 가자 조금만 참고 견뎌

 

들어오세요

 

빈 방 있으면 음식 좀 올려줘요
방해하지 말고요

 

네.. 얘야, 이층으로 모셔라

 

-네
-괜찮아?

 

걱정 마

 

자, 가자

 

조심해

 

주인나리..

 

왜?

 

봤어요? 저 남자 수염이 괴상해요

 

그게 뭐 어때서?

 

괴상한 수염에 부상당한 낭자까지 있잖아요

 

방에 그려진 수배범들 이예요

 

-똑똑히 봤어?
-그럼요

 

맞아?

 

네, 황금 5십 냥이에요
신고할게요

 

잠깐, 한가하면 일이나 해

 

네, 주인나리..

 

천천히 드세요

 

뭐 좀 먹자

 

못 먹겠어

 

먹고 푹 자야지

 

자기 싫어

 

눈을 감으면 다신 못볼 것 같아

 

아냐

 

침대에 좀 눕혀 줘

 

그래, 곁에 있을 게

 

서둘러!

 

-어디 있소?
-이층에요

 

너흰 밖을 지켜

 

왜 그래?

 

포위됐어

 

-어쩌지? 걱정 마,
-내가 지켜줄게

 

난 상관말고 어서 가

 

널 놔두고 가다니 말도 안 돼

 

걱정 마

 

육소봉, 순순히 항복해라

 

자신 있으면 체포해봐

 

거기 서!

 

-내가 왔어
-나도!

 

소봉, 여긴 우리한테 맡겨

 

가자

 

빨리도 내빼네

 

-멈춰라
-저흰 장사꾼이니 보내주시죠

 

뒤져봐

 

시작해

 

조심해

 

가자

 

-육소봉을 수배한대
-현상금이 황금 5십 냥이야

 

한령이 그런 여자였군

 

황제와 친하니 혹시..

 

벌써 납치되서 좋게 끝날 수가 없어

 

소설, 괜찮아?

 

사방에 방이 붙어서 성을 못나가겠어

 

방법이 없는 건 아냐

 

있으면 어서 말해봐

 

수배범은 한 쌍이니 따로 가면 덜 위험할거야

 

안 돼..

 

유일한 방법이야

 

-성문 밖에서 만나면 되는데..
-안 된다니까!

 

대형만이라도 빠져나가

 

널 놔두고 혼자 갈 순 없어

 

보호해줄 형편이 아니잖아

 

상관 마, 죽어도 같이 죽을 거야

 

내가 호송하지

 

날 믿을 수 있나?

 

죽인다면서 왜 돕지?

 

소봉 말에 감동했으니까

 

감동했다면서 왜 표정은 그 모양이지?

 

서문취설이 호송한다면 안심이지

 

-그럼 어서 떠나자
-잠깐!

 

조건이 있다

 

이번 일이 끝나면
수청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

 

좋아, 약속할게

 

-그럼 잘 부탁해, 가자
-가지

 

저 냉혈한이 있으니 안심이야

 

도와주는데 왜 욕해?

 

너무 안 웃잖아 네가 가면서 웃겨봐

 

그럼 유령산장에서 만나자

 

기다리고 있을게

 

가자

 

멈춰라, 안에 누가 있지?

 

아무도..

 

뒤져 봐!

 

서문취설이 육소봉을 도울 줄은 몰랐어

 

그가 마음 먹으면 못하는 일이 없잖아요

 

언젠간 내 앞에서 무릎을 꿇을 거야

 

천하를 얻은 다음 혼내줘도 늦지 않아요

 

그땐 죽여야지

 

그럼 어서 비결의 수수께끼를 풀어봐요

 

이미 다 외웠지만 보통 검결일 뿐이야

 

평범한 무당 검법이지

 

그럴 리가 있나요
자질이 없어 모르는 거겠죠

 

그럼 다른 고수를 불러
내가 육소봉만 하겠어?

 

뭐 하는 거야?

 

다 외웠잖아요 놔두면 위험해요

 

난 당신밖에 안 믿어요

 

정말?

 

보세요

 

검 안에 진광주가 있다?

 

칼자루야

 

거기 있단 건가요?

 

진광주는 불에 닿아 폭발하는데
경천동지의 위력이 있댔어

 

칼자루를 열어봐요

 

정말 이런 보물이 존재했군요

 

조심해, 폭발하면 위험해

 

걱정 말아요, 숨겨놨다가
위급할 때 쓰겠어요

 

괜찮아?

 

괜찮아요

 

날 보호한다고 육대형과 약속했죠?

 

근데 이러다간 심심해서 죽겠어요

 

-어떻게 할까?
-옛날 얘기 해 줘요

 

할 줄 몰라

 

전생에 벙어리였던지
엄청난 충격을 받은 게 분명해

 

남의 말만 듣는 건 불공평 하다구요

 

내가 말하라고 시켰어?

 

당신이 안 하니까 내가 하는 거죠

 

나도 어릴 땐 말을 잘 했는데

 

철이 든 후부턴 무공연마에만 정진했지

 

그래서 말이 없어졌군요?

 

말을 많이 하면 감정이 생겨

 

살인이 직업인 살수에겐 치명적 결함이지

 

살수는 말이 없다?

 

헌데 무공이 고강한 육대형은 왜 말이 많죠?

 

직접 물어 봐

 

죄책감을 덜려고 그러는 거죠?

 

그렇죠?

 

귀찮게 굴지 마라

 

오빠가 보냈을 텐데
왜 저리 말을 잘 듣죠?

 

죽기 싫으니까

 

당신을 다 아나보죠?

 

아는지는 몰라도 일류 살수에겐
살기가 느껴지지

 

난 오히려 공허함과 고독이 느껴지는데요?

 

강호가 그렇게 중요해요?

 

아내의 감정은 생각해 봤어요?

 

솔직히 무시했을지도 몰라

 

내 입장 때문에 불편하고
걱정이 많을텐데..

 

허나 무림인에겐 어쩔 수 없는 일이야

 

아녜요, 나도 무림인이지만
자유롭고 즐거워요

 

서문취설이 간단하게 잠복조를 따돌렸대

 

소봉, 받아

 

난 육소봉이다
귀찮게 하지 마라

 

넌 서문취설보다 만만한가봐

 

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지!

 

제발 까불지 마

 

목숨은 하나란걸 모르냐?

 

내 영서일지에 쓰러진 자가 부지기수다

 

흑백양도를 주름잡던 대도 왕걸

 

악명 높은 호두방 능진남 그리고..

 

-내 살기가 안 느껴지냐?
-술 냄새 밖에 안 나

 

왜 서문취설은 겁내면서 난 무시하지?

 

넌 주둥이만 살았으니까

 

좋다, 어디 한번 혼나봐라

 

소봉, 넌 먼저 가

 

어서 소설과 만나

 

고마워, 또 보자

 

-저 놈을 잡아라
-놓치지마!

 

두 놈만 잡았습니다

 

또 놓쳤군

 

우리도 당할 때가 있군
순순히 말듣자

항복할게

 

그럼 살려줄까봐?

 

우릴 이용해 소봉을 부를텐데
죽일 리가 있겠어?

 

맞아, 미끼가 있어야 고기를 낚지

 

다 왔어, 내려

 

가지 말아요

 

목적지에 데려다 줬잖아

 

육대형이 올 때까지 얘기나 해요

 

그런 약속은 한 적 없어

 

정말 냉혈한이군요?

 

일어나서 사과해

 

왜 안 피하지?

 

안 죽일 걸 아니까요

 

살기 없는 살기야말로 최고의 경지지

 

검을 익히면 천하무적이 되겠어

 

왜 그래? 적이 나타났어?

 

안 보이는 적이 가장 무섭지

 

소설.. 괜찮아?

 

조용히 해

 

떠들면 가만 안 두겠다

 

술 냄새 좋네

 

한 입만 마셨으면..

아냐, 이럴 땐 내기를 해야지

 

그게 있어야 둘 다 하지

 

알았다, 이거지?

 

이 은표는 한 장에 5백 냥인데
여기 5십장이 있어

 

웬 돈이야?

 

언제부터 부자가 됐지?

 

내기 하려고 빌린 돈인데
한 번 붙으면 너도 부자될걸?

 

좋아

 

근데 둘이 하는 건 재미 없잖아

 

기다려

 

-형씨들, 내기나 합시다
-시끄러워, 돈 없어

 

없어도 되요

 

형씨들이 이기면 은표를 가져가고
지면 술을 좀 주세요

 

그럼 손해볼 게 없잖아

 

겁나서 못하는 건 아니겠지?

 

-해보자
-그래

 

어디 있는 지 맞춰봐요

 

-어서 돌려
-열어봐

 

-왼쪽이야
-어서 열어봐

 

또 졌네

 

-미치겠군
-괜찮아, 다시 해

 

한 번 더해요, 네?

 

돈도 없잖아

 

넌 소원대로 내기를 했지만
난 한 방울도 못 마셨어

 

안 마시는 게 좋아

 

마셨다간 혀가 마비되고
온 몸이 간지러워 미칠걸?

 

독을 탔군

 

형씨들도 참 멍청하군
질 내기를 하겠어?

 

거기 있었는데 어떻게..

 

술에 탄 게 아니라 은표에
묻힌 거야, 몰랐지?

 

살려주세요..

 

걱정 마, 사흘만 앓으면 멀쩡해져

 

식은 죽 먹기군, 어서 가자

 

우리도 같이 가요..

 

저기..

 

저쪽..

 

됐어, 다 왔어

 

이제 어떡하지?

 

소설.. 소설.. 괜찮아?

 

죽으면 안 돼
어떻게 해야 구할 수 있지?

 

화만루는 어딜 간 거지?

 

엽고홍과 대적할 일을 상의해야 되는데..

 

서문취설이 더 위급해

 

엽고홍이 복수하려고 혈안이 됐잖아

 

인간은 원한을 갖는 게 문제야
한령도, 엽고홍도!

 

하지만 나였어도 복수하고 싶었을 거야

 

복수야 하면 그만이지만
그게 끝이 아니라 문제지

 

원하는 걸 얻기 위해 살생을 거듭할 거야

 

육소봉도 없으니..

 

화만루나 기다리자

 

할 말이 있어, 듣기 싫겠지만..

 

그럼 아예 하지마

 

술 가져올게요

 

잠깐 피해있어

 

재수씨와 아이의 앞날도 생각해야지

 

검을 겨루는 게 낙인데
왜 피해야 하지?

 

부상도 피할 수 없고
그에겐 진광검이 있어

 

진다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

 

살기가 싫다고 오지 않더니
술을 다 마셔주는군

 

친구는 맣지 않지만 너로 충분해

 

정말 고맙군, 한 잔 하지

 

재수씨, 갈비찜을 잘 한다던데
비결 좀 가르쳐 주세요

 

서문장주, 잘 있었나?

 

정신 차려 봐..

 

살아만 주면 뭐든 다 할게

 

소설, 괜찮아?

 

안 괜찮길 바래?

 

아냐, 근데 아까..

 

몇 번이나 죽는 줄 알았는데
이 옷만 입으면..

 

치료도 되는 옷이란 말이야?
정말 신기하군

 

내가 죽으면 정말 마음 아플 것 같아?

 

그런 말 마, 이렇게 멀쩡하잖아

 

내가 산다면 뭐든 다 하겠다는 게
정말이야?